정진명의 굳이 써서 남기는 생각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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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유머는 그 유머가 왜 웃긴지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 실패"라는 말이 있다. 나는 이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. 일단 그 말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. 유머를 설명해야 한다면, 많은 사람들이 그걸 바로 받아들이거나 동의하는 데 실패했다는 이야기이고, 대화의 흐름이 끊어지고, 유머를 발화함으로 달성하고자 했던 여러 목표들이 달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.
하지만 피터의 법칙과 유사하게, 대부분의 유의미한 말은 그 말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지점까지 재생산된다. 이 말의 경우 적절하지 않은 지점은 어디일까? 유머에도 피터의 법칙 같은 건 존재한다. 잘 작동하던 유머가 있으면, 그 유머는 퍼지게 되어 있다. 리트윗과 좋아요가 있고 밈 재생산에 적합한 매체에서는 특히 쉽다. 처음에는 잘 작동하는 유머 또한 피터의 법칙처럼 실패하는 지점까지 퍼질 수 있고, 그 지점에서 '설명'해야 하는 유머가 된다. 그 시점에서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다. "(나한테) 설명이 필요한 유머라니, 이것은 (객관적으로) 실패한 유머이다." 나는 이 지점이 싫다. 그냥 널리 퍼진 유머를 발신한 사람이 자연 현상처럼 받아들여야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.
반대 방향의 이야기이지만, 나는 xkcd, SMBC가 왜 재미있는지, 일본어로 올라오는 수많은 팬아트가 왜 재미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그 유머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 지식을 찾아보는 편이다.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― 세상에는 explain xkcd같은 사이트도 있다. 나는 유머를 삶에서 분리해낼 수 없는 사람이다. 그런 나한테는 설명이 필요한 유머야말로, 내가 모르는 세상을 향해 열린 창이다.